신당 골목에서 제주도인 것 마냥, 카페 레레플레이
신당을 두번째로 방문했던 때였나, 연해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친구가 레레플레이를 가보자고 해서 지도를 보고 찾아갔는데 가는 길 진입로가 신박해서 참 놀랐다. 마침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레레플레이의 휴무여서 바깥에서 유리를 통해 구경만했는데 너무나 제대로 만든 카페라는 인상을 받아서 조만간 무조건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다시 방문했다. 외관부터 실내까지 인테리어와 분위기만큼은 다시 생각해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느낌이라, 신당에 가시는 분들이라면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 하지만 그래서 사람이 지나치게 많고, 자리 잡기가 힘듬. 평일 오후에 가도 사람이 많았다 *
레레플레이 휴무 날에 못들어가고 밖에서 찍어 둔 사진 ˘◡˘
레레플레이 가려면 이런 골목을 지나야한다. 서울의 수많은 카페를 다녔지만 .. 동대문에 있는 '차차티클럽' 이후에 이 정도의 골목 진입은 또 처음인데, 여기가 내 느낌상 (너무 좁고 사람도 없어서) 가장 다른 세계로 통하는 것 같은 골목이었다. 서울에서도 종로구 중구의 오래된 골목들은 귀하고 특별한 느낌을 자아내서 참 좋다. 한국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찍는다면 이런 골목을 지나 어딘가 다른 세계로 통할 것 같다고 해야하나.
신당역 카페 레레플레이 내부
곳곳에 사람이 많아서 없는 쪽만 열심히 찍었다. 돌고가 목조로 만들어진 건물, 그리고 적절한 곳에 배치된 식물들.. ! 단순히 '카페'가 아닌 하나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음을 디테일에서 느낄 수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큰데도 자리는 그것만큼 많지 않은 게, 지나가는 통로나 공간 활용을 테이블보다는 인테리어의 포인트가 될 요소로 살려두어서일 것이다.
여기는 우리가 운좋게 자리를 잡은 다다미 자리이다. 신발을 벗고 다다미 위에 앉아 얘기를 나누거나 신발을 신은 채로 발을 밖으로 두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매우 편했던 자리. 창밖으로 돌담이 보이고 내부 곳곳에도 돌담이나 나무처럼 자연 공간의 느낌이 물씬나서인지, 자꾸 제주도같은 분위기나 전주 한옥마을 같은 곳에 와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레레플레이 2층
2층도 구경했는데, 신발을 아예 앞에서 벗고 이용할 수 있다. 2층은 오히려 하나의 큰 방으로 되어있어 자리가 꽤 있다고 느껴졌지만 그래도 여기마저 자리가 별로 없었다.
신당역 카페 레레플레이 메뉴
디저트가 많은 편은 아니고, 공간과 어울릴만한 빵과 가래떡, 무화과 등이 있다. 달달구리 러버인 나는 케이크나 달달한 빵 디저트가 없음에 아쉬웠지만, 아쉬운대로 레레빵을 시켰다. 식혜, 국화차, 매실차, 보이숙차, 우유 등이 있으니 옛날 입맛이신 분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들이 참 많다. 메뉴들의 컨셉조차 분명한데, 사장님이 단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신가..? 생각해보니 설탕의 단맛이 들어간 메뉴는 하나도 없이 모두 건강한 메뉴들이다.
이렇게나 예쁘게 셋팅되어서 나오니 기분이 참 좋았다. 하지만 잔을 다시 저 동그리 안에 넣으려면 얼음을 상당히 열심히 치워야 한다는 불편함. 항상 느끼지만 아름다움을 위해선 뭔가를 감수해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쁜 옷은 훨씬 더 불편하고, 맛있는데 아름답기까지 한 음식은 비싸며, 실용적인데 디자인적으로 아름답기를 고수하는 애플 제품은 전부 고가에, 안전에 디자인까지 겸비한 차들은 오히려 불편한 점이 많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행하는 효과 좋은 피부 미용 관리 시술들은 아프거나 값비싸다.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미술사학을 공부하면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국내에서도 일본에서도 몇 군데 방문해봤다. 이 분의 건축물이야말로 '실용'이란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본인도 본인의 건축물들이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표현하고자하는 어떤 것을 구현해내기 위해서 첫번째로 버리는 것이 '실용'인가보다. (마치 그래야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실용을 버리고 그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사색에 잠기게하고 자꾸 맘을 울렁거리게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해야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는 지점들 -
나중에 다시 한 번 구경하기 위해서 둘러보는데, 카운터 앞에 작은 툴 위에 이렇게 잡지가 펼쳐져있었다. 어쩐지, 디자이너 분이 운영하시는 카페라고 한다! 디자이너시면 더더욱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셨겠지. 좋은 공간을 만들어 보여주시니 참 감사하다 :-) 카페가 부디 오래오래 계속되어서, 언젠가는 손님이 좀 적당한 때가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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